캇데쿠 / 사망요소
매우 짧아요
저승使者는 죽은 이가 살아생전 가장 사랑했던 이의 얼굴과 모습을 하고 죽은 死者를 데리러 온다 하였다.
그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흘려들었다. 그렇게 미도리야 이즈쿠는 남의 손에 죽었다.
풍기를 문란하게 한 죄였다.
감히 사내가 여인이 아닌 사내와 만나 정을 통하고 다른 이들에게 그 영향을 끼치려 하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미도리야는 자신보다 더 높은 신분의 한 사내와 영원한 사랑을 약조하였고 정을 통했다.
그것이 미도리야가 숙청당한 이유였다.
17살이 지나가고 18살이 되기 전의 마지막 계절에 미도리야 이즈쿠는 그리 세상을 떠났다.
미도리야가 死者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제가 가장 사랑했던 이의 얼굴을 하고 자신을 데리러 온 저승使者를 보았다.
" 왜 이제야 저를 만나러 오셨습니까. 오래도록 기다렸는데. "
미도리야는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때 살아있던 때에 자신이 사랑했던 그 금발의 사내가 제 눈앞에 서있었다.
" 기다렸습니다, 아주 많이. "
" 이제는 함께 할 수 있는 거지요? "
使者는 대답했다.
" 그래. "
미도리야는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그저 제가 사랑하던 그 사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미도리야가 사랑하고 영원을 약조했던 그 사내는 死者가 되지 않았다. 이유는 정말이지 간단했다.
높은 신분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한 집안에서 손을 써 그 책임을 모두 미도리야에게 넘겨버린 것이었다.
미도리야는 익숙하게 그 사내의 얼굴을 하고 있는 使者 의 품에 안겼다.
잠시나마 살아생전의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 우리 다음에 또 그곳에 가기로 했지요. "
" 나무에 달려있는 매화가 활짝 핀 그곳에. "
미도리야는 잠시 회상에 빠졌다.
" 그때는 참 행복했더군요. "
" 남들에게 꼬리를 밟히기 전. 그때는 아주 행복했지요. "
그 작은 소년은 사랑하던 이의 얼굴을 한 사내의 품에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어쩌다가 이리된 걸까요. "
" 매화를 보러 가자. "
" 그때의 약조를 지키러 가자. 나와 가자. "
그 사내가 큰 문 앞에 섰다.
미도리야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 후회가 남았다. 아직 미련이 남았다.
어머니께 전하지 못한 말이 많았다.
등 뒤에는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로 관에 누워있는 자신이 보였다.
그 옆에는 상복을 입은 제 어머니와 무척이나 수척해진 금발의 남자가 있었다.
미도리야는 순간 알아버렸을 것이다.
내 옆에 있는 그자는 死者 가 아니라 使者 였구나.
이 간사한 자에게 나는 속아버렸구나.
그 使者 는 더 이상 타오를 듯한 붉은 적안을 가진 금발의 그 남자가 아니었다.
식은 듯한 검은 눈. 얼어붙은 것 같은 푸른 눈.
무서웠다.
자신이 아는 그 금발의 사내가 아닌 다른 머리색을 가진 사내였다.
그는 곧장 제 품에서 둘둘 말린 양피지 종이를 꺼냈다.
그러고는 그것을 펼친 채 입을 열었다.
" 미도리야 이즈쿠. 너는 이제 저승의 문턱을 넘었다. "
" 명부로 가 네 죄를 깊이 심판할 것이다. "
절망.
그때 느낀 그 감정은 절망이었다.
귀가 멍해졌다.
덜덜 떨리는 목을 가다듬었다.
" 나는 죄가 없소. "
" 사내와 정을 나누지 않았는가. "
" 또한 부모를 등지고 먼저 명부의 길에 오르지 않았는가. "
" 그것은 죄요, 낳아주며 길러주신 부모에 대한 불효로다. "
이곳에서도 우리는 부정당했다.
" 나는.. 우리는.. 죄가 없소. "
그 색이 다른 두 눈이 미도리야를 응시했다.
칼로 도려내지는 듯한 이 기분.
보이십니까, 들리십니까.
우리가 서로 편히 어깨를 맞대고 매화를 볼 수 있는 곳은 이곳에서도 그곳에서도 없었습니다.
미도리야는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그들이 보였다.
약조는 앞으로도 지켜지지 못할 것을 미도리야는 알아챘다.
그 약조는 이곳에 남겨두고 간다.
후에 그 사내도 死者 가 된다면 그때 했던 약조를 여기에 함께 남겨두고 오기를 바란다.
우리의 기억에 맺혀있던 약조만이라도 함께하길 바란다.
死者 , 죽은 사람.
使者 , 죽은 사람의 혼을 저승으로 잡아간다는 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