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진 숲.
내 앞엔 네가 있었다.
아,이건 꿈이구나.
어린 네가 어린 내 앞에 서 있었다.
한 손엔 잠자리채를 들고.
한 손에는 올마이트 피규어를 들고서.
넌 말했다.
"무개성 주제에."
순간 기분이 더러워서 눈을 떴다.
아무래도 낮잠을 자다 악몽을 꾸었나보다.
넌 항상 나보다 앞서갔다.
아무리 노력해도 널 따라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난 널 좋아했다.
늘 당당한 네가 멋졌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네가 너무나도 역하다.
네가 밉다.
그 날.
UA고교에서 훈련을 하러 숲으로 간 날.
내가 빌런들에게 끌려갈때 넌 날 무시했다.
살려달라고,도와달라고 수십번 외쳤다.
내 말에 넌 이렇게 말하고 도망쳤다.
"멍청한 데쿠 따위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라며.
그리고 나는 외침을 멈추었다.
마지막으로 네 모습을 보았다.
처음으로 네가 싫었다.
끌려가서 입에 차마 담을 수 없는 일들을 당했다.
손톱이 뽑히고 이빨이 뽑히는 일들을 수없이 당했다.
벌써 2년이나 지난 일이다.
그 일을 1년동안 당하다 선생님에게 구원받았다.
올마이트는 나를 버렸다.
히어로를 꿈꾸는 자를 가차없이 버렸다.
아니,버린게 아니라 구하지 못했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그만 해야지.
*
바에서 컵을 닦다가 나가려고 컵을 내려놓았다.
웨이터 옷을 가리기 위해서 옷 위에 검은 코트 하나를 걸쳤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잠깐 거리로 나왔다.
시끄러운 거리.
그리고 어디론가 뛰어가는 히어로들.
아아,또 노우무가 탈출한건가.
노우무는 지치지도 않나?
뭘 자꾸 탈출을 하나.
볼거리 만들어줘서 고맙긴 하다만.
그런데 뉴스를 보니 노우무가 아닌 시가라키에 대한 내용이었다.
잠시 고민을 했다.
'도와주러 갈까.'
심심했으니 뭐.
괜찮겠지.
현장에 가보니 시가라키와 다비는 가만히 있었다.
수많은 노우무들은 히어로와 서로 싸우고 있었다.
"왔냐."
"이러다 잡혀도 안도와준다니까."
시시콜콜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순간 너희와 눈이 마주쳤다.
"미도리야?"
먼저 말을 꺼낸건 토도로키였다.
코트를 벗어 던졌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모두들 내가 미도리야 이즈쿠 라는건 알고 있으니까.
하고싶은 말이 많아보였다.
하지만 받아주지 않을것이다.
너희는 바쿠고 카츠키와 같은 히어로니까.
다 같은 사람이니까.
너희도 날 버린거니까.
눈을 잠시 감았다.
그리고 다시 슬며시 너희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네가 거기 있는거야?"
카미나리의 질문에 대답대신 살짝 웃어줬다.
초점 없는 눈으로.
모든게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너희도 잘 알고 있을테지.
"지루하네.히어로들은."
다비가 말했다.
"그러게."
처음으로 말했다.
많은 히어로들 뒤에 있던 네가 보였다.
화가 많이 난건가.
"당신들이 알던 미도리야 이즈쿠는 죽었습니다."
"쿠로기리 말이 맞아."
쿠로기리가 오랜만에 맞는 말을 하네.
팔짱을 끼고 다른 녀석들이 싸우는걸 구경했다.
재미는 없네.
저 멀리서 급히 뛰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 주저앉아 날 쳐다보았다.
아,엄마다.
내가 죽은줄만 아셨나보다.
엄마를 미워하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그래도 한때는 엄마에게 착한 아들이었겠지.
더이상 보고싶지 않아서 노우무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NO.1 히어로는 침묵했다.
뭔가 기분이 좋았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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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도 힘들었다.
다음부턴 이런글 쓰지 말아야지.
(오타 지적은 둥글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